mmmJanuary 2010. 12. 21. 17:20

mission : 한 해에 적어도 1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77) 한줄의 고전

압축된 천년의 지혜, 고사성어의 재발견 

이창일 지음

살림 출판



방송에서 강의한 내용을 대본으로 삼아 쓴 책이라 어투가 약간 신경에 거슬리는것만 

빼고...이 책은 아주 아주 맘에 듬.


이민 1.5세대이다 보니 , 한국어의 문젯점은 바로 '경어' .

존댓말/ 반말. 경우에 따라 맘에 거슬릴 때가 아주 많고 어느 상황에서 반말을 써야하는지

몰라 , 헤메며 , 모르기에 그냥 경어로 통일시키며 쓰고 있고

일상행활에서는. 나이어린 사람한테도 경어를 써서 때론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때도 있지만...

(사실 블로그에서 리뷰를 쓸 때도 경어를 써야하는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등등 or 

그냥 일기 쓰듯 가볍게 써야 하는것인지 모르겠으나 리뷰에서 경어를 쓸 경우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짧은 쪽을 선택 해 쓰고 있습니다.)



경어가 거슬리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약간 거슬렸음.

이건 영어에서 말하는 , patronizing 한 어투로 느껴졌기 때문으로

( 한국어에 100 퍼센트 빠져 사시는 분들도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될런지는?  모르겠네요.)


patronizing 의 뜻은 셋 정도가 있지만 어투에 관한 의미는 :

Treat with an apparent kindness that betrays a feeling of superiority
  • “She's a good-hearted girl,” he said in a patronizing voice
  • she was determined not to be put down or patronized
    위의 예문과 뜻풀이는 구굴 사전에서...

    to behave in an offensively condescending manner toward: aprofessor who patronizes his students.
    (출처 : dictionary.com 에서)


    상대가 어딘지 모르게 나 보다 우월한 (연장자, 사회적 지위, 지적 우위 등등) 듯한 
    뉴양스를 풍기며 과잉되게 부드럽게  -마치 자기가 나의 아버지나 -paternal 에서처럼
    어원이 Latin paternus, from pater, father- 되는듯이 -이야기하거나 행동 할 때를
    말함

    이 책을 쓰신 분은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거며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은것은 순전 다른 언어권에서 사고방식에 익숙하게 된 내 탓이리라 싶지만
    이런 생각을 갖는 독자도 있다는 것을 (소수겠지만) 작가들이 
    알아서 나쁘진 않을듯.

    강의 내용을 조금 더 수정하셨다면 (어투를) 더욱 뛰어난 책이었을거라 싶고 강의에서의 어투를 책으로 고대로 쓴것은
     '옥의 티' 라고 봄

    한 예로,
    page 77
    " 산이 뭡니까? 평평한 땅에 흙이 쌓이고 다져져서 우뚝 솟은 것이 산이지요. 그럼 산은 높게 쌓인 흙더미에 지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여기에는 하늘을 쳐다보며 갖는 인간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세요.
    나무에 앉아도 굵고 단단한 가지를 고르기보다는 높은 가지 꼭대기에 위태롭게 앉이요. 땅위에 내려앉은 새를 관찰해
    보세요. 앉더라도 꼭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앉습니다." 

    좋은 내용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이 뭡니까?...아닙니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세요... 내려앉은 새를 관찰해 보세요. "
    등등의 문체를 빼고 조금더 심플하고 직설적인 . straight forward 한 문장을 썼다면 더 좋았을 듯 싶다. 
    난  이런 어투앞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갑자기 싸이즈가 졸아들어 여덟살이 된 듯 느껴지기 때문.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도 이 책도 무척 훌륭하다 싶은데...

    " 지금은 과거제도가 폐지되었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역할은 계승되고 있습니다.
    역시 공정하게 능력 위주로 인재를 등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과거제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한 학문에 근거한 인재 선발은 통치에 '철학'을 부과합니다. 철학이 있다는 것은 통치의 의사 결정들이
    독단이나 불합리한 근거에 서 있을 가능성이 가장 적다는 것입니다. 독단과 불합리한 근거는 늘
    철학이 비판하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문명화된 사회라면 과거제도의 정신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
    페이지 360

    위 부분을 읽으며 , " 독단과 불합리한 근거는 늘 철학이 비판하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물의 신이나 물을 주관하는 왕을 뭐라고 합니까? 
    용왕이지요. 그렇습니다. ( 아! 이 부분 정말 맘에 안듭니다그려!  이 강의 초딩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셨나요?)
    용은 하늘을 날고 바람과 구름을 부르는 하늘에 속하는 신령스러운 존재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깊은 바다 속에
    산다고 여겨졌습니다. 바다는 인간 마음의 깊은 틍을 뜻합니다. 이 깊은 층에는 한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에너지가 
    담겨 있습니다. 일종의 타오르는 불꽃, 생명의 힘을 용이라고 상징한 것입니다.
    어두운 물속에 살면서 때가 되면 물을 박차고 하늘로 승천하는 용은, 어두은 무의식 속에서
    생명의 불꽃을 태워 무언가 의미 있고 구체적인 것을 만드는 생명력의 비약을 상징합니다.
    물고기는 물속에 사는 용과 비슷한 존재입니다.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습니다.
    물고기의 눈은 영원한 응시를 의미합니다. 구체적인 변화를 위한 의지를 말하고 있지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징은 물고기와 용을 동일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목어가 그런 모습을 띤 것이라 생각 할 수 있지요. "  페이지 383

    아주  현명하고 주옥같은 내용이  듬뿍 담긴 책입니다. 
    읽어나가며  '헤밍웨이 글쓰기 스타일'로 확 바꿔버리고 싶은 욕구를 느끼긴 했지만요.
    헌데 저도 글재주는 없습니다. 그러니 '출판사의 편집자'가 근무태만 하였구나..라고 속으로 중얼 거리며
    읽을수밖에 없었습니다.
    표지도 옛스럽고 소박한게 맘에 들었습니다.
    왼쪽 페이지 숫자마다  작은 녹색 모자 모냥도 귀여웠습니다.
    주립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