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mJanuary 2011. 1. 9. 18:19

mission : 한 해에 적어도 1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82)

저지대 NIEDERUNGEN

헤르타 뮐러 Herta Muller

김인순 옮김

주립 도서관에서 빌림

3번이나 빌리는 기간을 extend 했을 정도로 하루에 몇 페이지 못 읽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는 책.

진행을 빨리 못하게 끔 문장의 구조가 특이한

 (원서로 읽는다면 마치 시처럼 느껴질거 같아요)

( Herta Muller 는 로마니아에서 태어났고 이 소설은 그녀의 첫 소설로, 독일어로 쓴 것이군요.)


어린 소녀의 view point 에서 쓰여진 글로,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소녀가 점차 성장하는 느낌이 문체에서 느껴지고

소녀의 어머니나 할머니는 소녀의 여린 뺨을 가차없이 때리는 

드센 느낌의 여인들. 아버지도 둔하고 거친 느낌의  인물이라는 것이 

소녀의 글에서 느껴지는데...


1.소녀는 마을에서는 무엇을 '이리 말한다' 라는 말투를 즐겨쓴다.. ( 즉 자신은 나름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달리 생각해오고 있다는 말)

( '나' 와 '타인'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강조하는) ( 나도 미취학아동일적에 타인의 언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해내곤 했었는데... 독자들이 어릴 적 그런 경향이 있었다면, 이 소설속 소녀의 말투를 이해하고도 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2.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과 주변인물을 관찰한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도 한발짝 떨어져 관찰하는 듯한 어투.


(예술가란 ? 길들여지고 익숙하고 고정된 뷰포인트에 자신만의 새로운, 혹은 남다른, 혹은

이제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나 무심코 놓쳐버린 point of view 를 제시하여 

그만큼 타인의 , 즉 인류의 시선을 , 

사고방식을, 즉 wisdom 의 폭을 넓혀

한 단계 성장시키게 하는 그 무언가를 제시할 줄 아는 아는 사람이라던데...이 소설을 쓴 작가는 그런 면에서 참다운 예술가임에 분명하다)


3. 읽다보면 때론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삭막하고 척박하고 거친 전체적인 느낌의 환경안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부분들이 있다.

아마도 '시적'- poetic -  요소가 있어서 그런거 같다고 생각할 뿐.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고.



" 골목길 뒤에는 협동농장과 국영농장의 들판이 있다.

들판은 넓고 평평하다.

농작물은 겨울에 서리 때문에 피해를 입는데,

마을에서는 냉해를 입는다고 말한다.

봄에는 습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데, 마을에서는 썩는다고 말한다.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피해를 입는데, 마을에서는 말라 죽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을에는 신문에서 농번기라고 말하는 우기에 수확을 한다.

신문에서는 우기가 10월에 끝난다고 하는데, 마을에서는 12월에도 끝나지 않는다."

p 186



" 예배당은 제일차세계대전 이전에 당시의 푸줏간 주인이 지었는데,

마을에서는 푸줏간 주인이 예배당을 설립했다고 말한다.

푸줏간 주인은 전쟁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로마로 떠났으며,

마을에서 성스러운 아버지라 부르는 교황을 보았다.

그의 아내는 원래 재단사였는데도 마을에서는 푸줏간댁이라고 불렀다.

푸줏간댁은 예배당이 완성되고 며칠 뒤에 세상을 떠났으며

예바당 지하의 가족납골실에 안장되었다.

마을에서는 봉인되었다고 말한다. 

예배당 지하에는 공동묘지에 득실득실한 벌레와 두더지뿐만 아니라

뱀도 있다. 푸줏간 주인은 그 뱀들이 너무 싫어서 아직까지도 살아 있으며,

현재 마을의 최고 연장자이다.

푸줏간댁 말고도 죽은 사람들은 전부 무덤 속에 누워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무덤 속에서 쉰다고 말한다. 죽은 마을 사람들은 죽도록 먹고 죽도록 마셨는데,

마을에서는 죽도록 일했다고 말한다."

p 187





" 그들은 가로등을 쓸어내고

도시에서 거리를 쓸어내고

집에서 안식처를 쓸어내고

내 머릿속에서 생각들을 쓸어내고,

나를 이쪽 다리에서 저쪽 다리로 쓸어내고,

내 걸음걸이에서 발걸음을 쓸어낸다.

거리미화원들이 나한테 빗자루를 보낸다.

초라한 빗자루들이 껑충껑충 뛰어온다.

구두가 덜그럭거리며 내게서 멀어져간다. "


전체적으로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고 - 어떤 소설들의 경우에는  한 문장이 한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로

이어져 있는것에 비교할 때 - 그녀의 문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의 인물, 어린 소녀, [후카에리]가 썼다는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졌다는

[공기번데기] 가 이런 투의 소설이 아니었을까 상상되더군요.


반복으로 리듬감이 있는 문체입니다.






사진은 아이폰으로 + 푸딩 앱. 장소 : Lyon Arboretum, Manoa, Honolulu, Oahu Island, Hawaii,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