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 한 해에 적어도 1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72)
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Tendo, Arata 天童荒太
권남희 옮김
문학동네 출판
무라카미 하루키, 그와 견줄만큼 흡인력있는 일본작가를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그동안...
헌데
텐도 아라타를 발견했다. 이 소설을 읽고.
책을 읽는 동안 감동을 했었기에 눈물도 함께 흘리곤 했는데 ( 이상하게 이런 류- 책이나 영화를 감상할 때-
의 감동눈물은 내 경우 한 쪽눈, 오른 쪽 눈에서만 흐른다. 왜 그러지?)
나의 감동은
'진지' 라든지 '순수' 라든지 ' 진실' 이라든지 하는 단어들과 연관이 있다.
Warning :
이 책의 우울 게이지 gauge (계량 기준 , 표준 치수) 는 꽤 높다. 당신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피하여야 할 것임.
이 소설을 읽고 있자니 어릴적 사춘기적의 기분 그 느낌이 떠올랐다.
그 때 난 내가 마악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백지의 상태에서 무언가의 이야기로 채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지하는 , 두려운 시기였다.
인생이란 여행을 떠나기 위해
마음의 봇짐을 챙기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문을 나서야 한다는 용기가 필요했던 시기.
잘못하기 싫었기에-- 완벽주의자였기에-- 오점, 실수, 죄악, 더러움...등등의 이야기로 백지를 채워 나가고 싶지 않았기에
인생의 출발문을 나서던 그 자리에 멈칫 서서는
과거를 ( 어리기에 짧기만 한 과거였지만 ) 돌아보며
인간의 생로병사, 주어진 운명, 신, 죽음이후의 일. 탄생이전에 대한 질문
...등등의 철학적인 질문들을 진지하게 생각했었고
허나 내 주변의 내 또래는 (어른들 조차도) 나처럼 진지하지도 예민하지도 않다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pain.
그런 눈으로 세상사람들의 언행과 세상일들을 바라보면
모든게 어찌나 superficial 하고 우스웠던지
허나 세상일에 빠져 있는 '현실적인 사람'들이 보기엔
우울하고 진지한 철학적인 사람들이 이해가 안되고 답답해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금은 무딘 다수의 그들은 조금은 에민한 소수의 그들을 cynical 한 태도로 비아냥 거린다는 것도.
그 느낌이 이 소설을 읽으니 떠올랐다.
텐도 아라타는 어릴적 그 '예민병" 을 앓았을 소수의 아이였을 터이고 그
마음을 잃지 않고 무뎌지지 않게 잘 보관해둔 어른이 분명하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이다.
나 또한 이젠 이 소설 속 주인공만큼 진지 하지 못하다. 그렇기에 가장 최근 한국에서 역사적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였고
젊은병사들이 사망하였건만...물론 지금도 마음속에서는 그들을 애도한다- 허나 겉으로 절대 표현하지 않으며
소설 속 주인공처럼 그 곳으로 여행하지도 않으며 그곳에서 기도하지도 않는다. 그러기엔 나는 너무 멀리 와 있기 때문이다.
진지함이라든지 진솔함이라든지에서 예민함이라는 마음의 공간으로부터.
이 책을 읽으며 흘린 나의 눈물은 나의 죄의식을 대변해주는 그에 대한 감사의 눈물인지도 모른다.
다음은 메모스티커로 표시해두었던 대목입니다.
페이지 70
"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세는 위선이라고 해도,
청렴한 인상의 외모 때문에 바탕은 선량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잊기도 하고 묻어 두기도 하는 것을.
놈이 굳이 파헤져내 사람들의 안락한 생활을 흩뜨려놓는 건 아닐까....
죽은 자를 찾아가는 것은 닮았지만 마키노의 일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분노와
슬픔을 대변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아기의 죽음도 똘마니의 죽음도
사고사도 자살도 살인으로 인한 죽음도
그리고 아마 마키노 어머니의 죽음도 똑같이 애도한다.
누군가의 죽음에 경중의 차이를 두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일일 터이다.
그런데 영웅과 성인의 죽음을 악당의 죽음과 똑같이 취급하다니 용서가 안 된다.
놈의 행위는 분명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
페이지 213
" 두 달 전, 나루오카는 열살 짜리 형이 멋모르고 조작한 차에 치여 죽은
여설 살짜리 동생을 진심으로 동정했다.
하지만 이번 피해자의 경우는 죽어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성희롱 발언에는 민감했던 노히라도 소녀가 아무나하고 자는
알코올 중독자란 걸 알고 나서는 자업자득인 면도 있다고 한다.
너희는 무슨 기준으로 어떤 고인은 동정하고, 어떤 고인은 내팽개치는 거냐....?
그렇게 물으려다가 몹시 유치하다는 생각에 마키노는 얼른 화장실을 나왔다. "
페이지 431
" 당신이 태어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당신이 '애도하는 사람' 이 된 데는 가족과 환경, 인생의 상처 등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다. 당신도 분명 모른다. 그렇게 보였다.
당신을 '애도하는 사람'으로 만든 것은 이 세상에
넘쳐나는 죽은 이를 잊어가는 것데 대한 죄책감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차별당하거나 잊혀가는 것에 대한 분노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도 별 볼일 없는 사망자로 취급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세상에 만연한 이런 부담감이 쌓여서,
그리고 그 것이 넘쳐서 어떤 이를, 즉 당신을 '애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러니...당신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당신 말고도
'애도하는 사람' 이 태어나 여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떤 이유로 죽었건 차별하지 않고,
사랑과 감사에 관한 추억에 따라 가슴에 새기고, 그 인물이 살아 있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이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그걸 원하니까...적어도 지금 난 당신을 찾고 있다.
아아. 만약 살아날 수 있다면 그 이야기를 할 텐데.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아도, 꼭 '애도하는 사람' 이야기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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